지금 이 계절이면 제주도는 한치가 제철이다. 지난주 일요일 아침 전날 먹었던 숙취로 인해 부대끼는 속을 부여잡고 해장을 하기 위해서 차를 몰아 바다가 있는 북구 강동으로 왔다. 내가 최애하는 소고기 선지 해장국 한 그릇을 먹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제목에는 해장국이 없으니 해장국 먹으러 갔다가 물회 먹고 온 이야기를 풀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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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선지 해장국 전문점이다. 여러 유명 인사가 다녀갈 만큼이나 소문이 자자한 곳이긴 하지만 유명 인사 입맛이나 내 입맛이나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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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임에도 해장을 하려는 사람들로 가게 안은 제법 시끌벅적하다.이래서 울산이 음주율이 가장 높은 도시라고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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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계산대에 작은 종이 조각 한 장이 여름특미 한치 물회를 개시하는 것을 알리고 있다.소고기 선지 해장국 먹으러 왔다가 한치 물회에 주문했다. 물회도 해장에는 그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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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회 한 그릇과 아침부터 찬 음식 먹기 싫다는 아내는 소고기 선지 해장국을 주문했는데 소고기 선지 해장국이 먼저 나왔다. 물회의 밑반찬은 국물 깍두기를 제외하고 해장국과 동일한 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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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를 즐기지 않던 아내는 이곳에서 선지에 맛을 들여서 이제는 찾아다니며 먹고 있는데 돼지국밥보다 훨씬 맛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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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회 메뉴에는 안 나오는 시원한 물김치다. 해장국을 먹을 때 김치 국물을 마셔가면서 먹으면 아주 괜찮을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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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는 내가 무척 맛있게 먹고 온 울산 정자 한치 물회를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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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은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겉에 보이는 것과는 달리 속은 꽤나 알찬 편이다.어느 정도 크기의 한치인지는 모르나 일하시는 분의 말씀으로는 한 그릇에 한치 한 마리 반이 들어간다고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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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정자 한치 물회의 육수는 슬러시 상태라서 바로 육수를 마실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사진상으로는 양이 적어 보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양이 적지 않았는데 아마 그릇의 크기가 커서 내용물이 작아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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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 물회의 반찬으로는 그리 어울리는 조합은 아닌데 이곳이 소고기선지 해장국 전문점이라서 그러리라 유추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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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칼한 것을 좋아하는 분들은 잘게 썰어놓은 청양 고추를 넣어 면 좀 더 칼칼하게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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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음식을 마다하지 않는 식성이라 접시에 담긴 청양 고추를 모두 넣어보았다.울산 정자 한치 물회가 매우리라 생각했는데 그다지 맵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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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 고추를 털어 넣고 젓가락으로 쓱쓱 뒤집는데 채를 썬 뽀얀 한치가 모습을 들어낸다. 지금 제주도는 한치의 계절이라 웬만한 횟집에서는 한치를 맛볼 수 있지만 뜨거운 여름이 지나면 한치를 구경하려야 할 수 없으니 지금 제주도를 찾는다면 한치는 꼭 맛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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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한치 물회의 양념은 육지의 초고추장과 고춧가루가 들어가는 것과는 달리 된장을 넣어서 먹는 것이 특징이다.제주도 현지인들이 된장에 생선회를 찍어 먹듯이 육수에 된장을 풀어서 매콤하거나 칼칼함 없이 한치 물회를 즐기는데 내가 처음으로 된장 베이스의 물회를 먹었을 때는 내 몫의 한 그릇을 다 먹지 못하고 남겨야 했다. 물론 지금도 난 된장 베이스의 물회는 내 입에 맞지 않아서 먹지 않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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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회의 건더기를 천천히 건져 먹은 후에 공깃밥을 말아서 먹거나 물회 따로 밥 따로 먹어도 된다. 밥 양은 그리 많지 않았으나 추가 밥은 무료라고 하니 양껏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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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생각 없이 고추 하나를 들어서 구수한 된장에 찍어 먹었는데 어찌나 맵던지, 땀깨나 흘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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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정자 한치 물회의 칼국수 면발처럼 채를 썬 한치를 갖은 야채와 함께 입안 가득 채워서 우걱우걱 씹어 보자.한치의 녹진한 식감이 야채의 아싹함과 더불어 기가 막힌 맛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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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은 칼칼한 육수도 떠먹어가며 식사는 이어진다.어째 물회 육수가 소주 생각이 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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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깃밥도 식었고 적당량의 건더기가 남았을 때 공깃밥을 몽땅 털어 넣는다. 시원하게 말아먹는 탄수화물은 더운 여름철에 먹기에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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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숟가락 크게 떠서 먹어보자 역시 탄수화물은 다시 내 입맛을 돌게 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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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정자 물회 한 그릇을 깨끗하게 클리어!하마터면 그릇 닦을뻔했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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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화폐!울산 사람은 울산 페이로 5% 절감하는 알뜰 살림꾼이 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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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귀여운 간식은 챙겨 먹어야지.만약 이곳에서 막걸리 한잔할 기회가 있다면 막걸리에 요구르트 말아서 먹어봐야겠다.소고기 선지 해장국이 맛있어서 발길 하는 곳인데 이날은 해장국 대신에 시원한 물회 한 그릇으로 해장을 한 날이었다. 달동점도 오픈했다고 하니 이제 정자까지 가지 않아도 해장을 할 수 있겠구나!